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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보내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들이 그대로 담겨 있기에, 잘 쓰여진 한 통의 편지는 때론 어떠한 문학 작품보다 강한 호소력을 가집니다. 일생을 시와 함께 살아왔고, 죽음까지도 한 편의 시와 같았던 대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과 죽음에 대한, 또 문학과 열정에 대한 그의 진지한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책, 그의 서한집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1부. 예술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시인인 카프스에게 보내는 편지 첫 편지에서, 자신의 시를 보내며 시를 읽은 감상에 대해 물어오는 카프스에게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쓰고 싶은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뿌리가 뻗어 나오고 있는지, 또 쓰는 일을 그만두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 수 있는지 본인 스스로에게 물어 보세요.’라고. 또 스스로의 고독감에 대해 토로하는 그에게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오로지 이것 하나뿐입니다. 고독, 크고도 내적인 그 고독 말입니다.’라고 말하며 고독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생에 있어서의 어려움들을 끈기 있게 참아내는 것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길임을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엄격한 선배처럼 예술과 열정에 대해, 때론 어버이처럼 인생에 대해 다독이는 어조로, 또 때론 친구처럼 친근한 어조로 고독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짧은 편지의 구석구석에 여전히 무수한 젊은 문학도들이 고민하고 있을 만한 예술에 대한 열정과 창작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들이 절실하게 쓰여 있습니다. 2부.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 그리고 그 이외의 몇몇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2부에선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표현한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대시인의 멋진 연애편지를 읽어 보는 것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지요. 이를테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중심을 찾아야 하며, 거기서부터 힘껏 자라나야 하오. 그런 경우 누구라도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없소.’라는 식으로 스스로의 고독감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는가 하면, ‘나는 항상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그 사랑스런 모든 것들과 함께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등의 애정이 가득한 문구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내게 문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나는 그 문을 통해 비로소 넓은 들판으로 나갑니다.’ 와 같은 고백들을 듣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그 편지를 받는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는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메모라도 해두어야 할 것 같은 가슴을 울리는 진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이 책은, 마치 어린 시절의 소중한 물건들을 담아 두었던 보물상자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 사랑과 고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더듬어보게 되고, 그런 순수했던 의문들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차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책에 실린 편지 한 통 한 통이,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내 책상에 놓여있던, 죽음까지도 시와 같았던 대시인 릴케가 직접 나에게 띄워 보낸 편지인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이 되는군요.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어느새 책장 한구석에 묵혀두었던 편지지를 꺼내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것이야말로 릴케가 후세의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 띄우고 싶었던 편지일지도 모르는 일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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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