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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그림이 아니라 조각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천재성을 파괴하는 곳이 학교입니다." "우리는 학교라는 이름의 괴물을 만든 건지도 모릅니다. 아이와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흡혈귀 같은 것 말입니다." "현대 교육의 탄생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중심엔 학생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체 이 사람은 누구이기에 이런 말을 할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라는 곳을 지독히도 싫어했던 사람인가?", 아니면 "비행청소년이었거나,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학교를 떠나버린 기인 같은 사람인지도 몰라."라고 말이죠. 하지만 삼십여 년간 뉴욕의 공립학교에서 선생으로 재직하며, 뉴욕 시 '올해의 교사'상을 연거푸 세 차례나 받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떨까요? 실제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책 <바보 만들기>의 저자 존 테일러 개토입니다. 처음 책을 만났을 땐 부제에 끌렸습니다.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 수록 멍청해지는가?" 실은 저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십 수년을 공부했는데, 도대체 난 무얼 배운 걸까?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어. 오히려 진짜 필요한 능력이나, 알고 있어야 할건 그게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책을 만난 후 의문의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교육 이면의 모습.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잃게 되는 능력과 가능성이 무엇이었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간단한 예로 존 저자는 교실에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아는 어느 교실에서든 어떤 중요한 일도 제대로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종이 '땡' 울리기만 하면 지금까지 하던 일이 무엇이든 즉각 손을 떼도록 요구하니까요. 종소리의 진정한 가르침이란 단지 '어떤 일도 끝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제를 '교사들의 일곱 가지 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첫째. 단절된 사실의 파편들을 강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는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합니다. 둘째. 교실에 가두어 두고, 단지 각자 자신의 위치를 알고 받아들이게 합니다. 셋째. 모든 사물에 대해 무관심을 키워줍니다. 넷째.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자립할 가능성을 빼앗습니다. 다섯째. 지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스스로의 호기심을 빼앗습니다. 단순히 동화(同化)시킬 뿐입니다. 여섯째. 자신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도 남이 가르쳐 주어야 알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일곱째. 끊임없이 감시하여 개인적인 영역을 박탈하고, 혼자만 있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리곤 덧붙입니다. "만약 이런 가르침을 거부하고, 여전히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웬만큼 강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또 저자는 자신의 교육이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교육이란 그림보다는 조각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림이란 표면에 덧붙임으로써 형상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임에 반해 조각이란 재질의 일부를 떼어냄으로써 재질 안에 내재하던 형상이 풀려 나오는 것이지요. 이게 중요한 차이입니다." 지금 정착되어 있는 학교 교육은 뜯어 고치기엔 이미 너무 큰 거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거인의 통제 아래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셀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이 같은 길을 걷게 될 것도 자명한 일이죠. 하지만 한 명, 두 명이라도, '그것이 옳지 않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교육을 받을수록 바보가 되는 사회가 아니라 교육을 받을수록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늘어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결코 '옳은 것'은 아니죠. <바보 만들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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