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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나의힘!
그런데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 가서 부인한테 보낸 편지를 보면 음식 이야기가 꽤 나옵니다. 여러 음식들을 거론하면서 그것들을 보내달라는 얘기지요. 추사야 별 생각 없이 그 편지를 썼겠지만, 우리 음식학자들은 추사 편지를 통해 당시 사대부들이 즐기던 음식의 종류를 알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당시에 이미 장(醬)같은 저장음식이 판매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실감나게 추사의 편지 가운데 한 부분을 소개해보죠. "서울서 내려온 장맛이 다 소금꽃이 피어 쓰고 짜서 비위를 면치 못하오니 하루하루가 민망합니다. 경향(京鄕)의 장이 어찌 되어 쓴 건지, 빠른 인편을 얻어 내려보내어야 견디겠습니다. 서울서 진장(陳醬, 오래 묵혀 얻은 좋은 장)을 살 도리가 있으면 다소간 사보내주십시오. 변변치 않은 진장은 얻어 보내도 부질없습니다. 그곳 윤씨에게 진장이 요사이도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99~100쪽) 어떻습니까? 이렇게 보면 밀가루에 비해 쌀이 영양적으로 풍부한 식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은 빵을 먹을 때 고기를 곁들여 단백질을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반면에 쌀에는 우량의 단백질이 들어있는 등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른 부식이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밥과 국, 그리고 김치나 반찬 한두 가지 정도로 충분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면 영양을 과잉으로 섭취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쌀을 먹으면 비만도 방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렸고, 비만에는 항상 지방이 문제인데, 쌀은 지방 함유량이 밀가루의 1/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만에 걸릴 염려가 적습니다. (187쪽) 이렇게 해서 나의 한국음식 순례는 끝이 났다. 나는 그동안 정교수와 대화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추천한 한국음식에 대한 전문서도 여러 권 같이 읽어보았다. 그 전체 과정은 나에게는 말할 수 없이 강렬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내가 매일 먹던, 그리고 지금도 먹고 있는 음식이 이렇게 세련된 문화의 소산물이었다니…. 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인들을 비하할 때 가끔 사용하는 된장-'된장들은 할 수 없어'하는 식으로-이 그렇게 훌륭한 음식이었는지를 알게 되고 놀라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었고 경이로운 시간의 지속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해온 공부를 통해서 우리 문화가 뛰어나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음식 공부를 하면서 이 확신은 서서히 환희로 바뀌어갔다. (34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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