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의 아내로 30여 년의 외국생활을 하다 보니 만났던 도시가 꽤 된다. 밟았던 곳마다 추억의 편린들이 박혀있지만 마음 듬뿍 가는 도시가 있기 마련이다. 그중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늘 충격요법으로 새로운 개안(開眼)의 기회를 주는 곳이어서 나에게는 VIP 도시와 같다. 그래서 생각이 막히거나 일상이 고달플 때면 암스테르담 행의 구실을 찾곤 한다.
최근 그곳은 또 하나의 메가급 충격을 안겨주었다. 800년도 넘은 세계적인 홍등가이자 관광지인 ‘Red Light’ 지역을 최첨단 디자인 거리로 개조한다는 것이다. 벗은 여인들이 교태를 흘리며 서 있던 창(窓)속을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마네킹으로 대체하는 파격적인 정책! 화란인이 아니면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일찍이 국토의 80%가 수면보다 낮은 늪지대에 운하를 실핏줄처럼 만들고 지형 자체를 성형수술해서 비옥한 땅으로 바꾼 그들이다. 수면보다 몇 십 미터나 낮은 곳까지 개간해서 튤립을 심어 세계제일의 화훼국가가 되었고 뛰어난 박물관을 세워서 세계의 문화를 리드하는 문화국가가 됐다.
또 마약의 합법적인 사용은 물론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안락사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인정했다. 이것은 극단적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극단의 범죄와 탈선을 막는 이들만의 독특한 처방이다.
그렇다. 그들에게는 경직된 사고나 고정관념의 울타리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아예 고정관념의 인자는 빼내고 그 자리에 도전정신과 창의성의 인자를 넣고 태어났다. 이런 그들을 대할 때마다 그대로 복제해서 우리 사회에 옮겨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이런 바람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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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등가를 디자인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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